‘살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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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기가 마지막이야. 집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이제 거의 어두워졌으니까 서둘러야겠다. 몇 분 뒤에 데리러 올게.”
14살이던 나는 여름 내내 집마다 다니면서 기독교 서적을 팔고 있었어요. 그때는 그 일이 그렇게 신나지 않았어요. 친구들과 노는 게 훨씬 더 좋았죠. 예수님을 믿고 좋아하긴 했어요. 예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다 보니 아직은 다른 사람에게 예수님을 알리는 게 그다지 신나지 않았어요. 나에게는 언니가 두 명 있어요. 언니가 있으면 언니 말에 넘어가 보통 때라면 하지 않을 일도 하게 될 때가 많아요. 그해에 바로 그런 일이 있었어요. 평소에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내가 어쩌다 보니 여름 뙤약볕 아래서 하루 종일 모르는 사람 집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었어요. 그때 당장은 이게 ‘신나는 일’인지는 잘 몰랐어요. 그렇지만 그날 밤 겪은 일 덕분에 하나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어요.
우리 리더가 나를 집이 몇 채 없이 한적한 시골길에 내려 줬어요. 그날도 더운 날씨에 힘들게 돌아다니다 보니 조금 있으면 집에 간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어요. 그런데 나무 사이로 불빛이 반짝이는 걸 보고 적잖이 실망했어요.
‘음, 저기 뒤에 집이 있는 것 같아. 저 집을 건너뛰어도 아무도 모를 거야. 길가에서 떨어져 있는 집일 수도 있잖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가서 그 집 문을 두드리라는 목소리가 계속 들렸어요. 마지못해 몸을 돌려 나무 사이를 통과해 그 집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어요. 집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데 커다란 개가 나와 집 사이를 가로막았어요. 나는 잠깐 멈추어 서서 책을 팔러 다니기 전 받은 교육에서 배운 걸 떠올렸어요. 개를 만나면 항상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무사히 빠져나가게 해 달라는 기도를 반드시 하라고 배웠어요. 사실 태어나면서부터 개와 함께 살다 보니 나는 개가 크면 클수록 더 좋아 보였어요. 그런 건 무섭지 않았어요. 그래도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짧게 기도를 드린 뒤 개 옆을 지나가는 내내 개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넸어요. 그러자 개가 길을 비켜 주더니 내가 현관까지 걸어가서 문을 두드리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기만 했어요.
몇 분 뒤 한 아줌마가 문에 달린 창으로 빼꼼 내다봤어요. 당황한 듯한 표정이었어요. 마당을 둘러보면서 뭔가를 찾는 듯했어요. 뭘 찾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줌마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더니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너 누구니?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어요.
“어… 여기까지 걸어서 왔는데요.”
그러고는 내가 누구이며 왜 여기 왔는지를 설명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아줌마가 쌀쌀맞게 내 말을 중간에서 잘랐어요. “그게 아니라 어떻게 우리 집 개를 지나쳐 왔냐는 말이야.” “아줌마네 집 개요? 저 개 말인가요?” 우리 발치에 서 있는 커다란 개를 가리키며 내가 물었어요. “그래, 저 개 말이야. 도무지 이해가 안 돼. 저 개는 우리 집을 지키는 개야. 아주 잘 지키지. 저 개를 밖에다 두면 아무도 우리 집 현관까지 오지 못해. 저번에 우리 집에 들어오려던 사람은 팔이 잘렸어. 저 개는 사람을 안 좋아해. 그런데 너한테는 짖는 소리도 안 들렸어.”
그 말을 듣자 내가 개를 보고도 너무 마음을 놓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 집 지키는 ‘살인’ 개는 이 모든 일에 심드렁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내가 누군지를 소개했어요. 학교 다닐 돈을 모으기 위해 책을 팔고 있고 교회에 다닌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이 집 마당에 들어서기 전에 기도했다는 말을 하면서 나를 지키는 수호천사가 저 개에게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해 준 것 같다며 웃었어요. 아줌마가 그 말을 듣더니 문을 활짝 열고 말했어요. “음, 잘 모르겠지만 누가 너를 도와준 건 확실하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네가 여기에 서 있지 못했을 거니까. 손에 들고 있는 게 뭔지 궁금하구나. 들어오렴!”
그러고 나서 몇 분간 내가 팔고 있는 여러 책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건강에 좋은 요리책, 어린이용 성경 이야기책,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더 좋게 만들고 싶어 하시는지를 알려 주는 어른들 책이 있었어요. 아줌마는 책마다 진심으로 흥미를 보이더니 그날 밤 책을 여러 권 사 줬어요.
아줌마는 지금 겪고 있는 어려운 일을 몇 가지 말해 주면서 나에게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바로 거기서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었어요. 가서 문을 두드리라는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집에 가 버렸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을 위해 기도했어요. 개 옆을 지나가면서 보호해 달라고 기도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을 위해 기도했어요.
집에서 나와 다시 길 쪽으로 걸어가면서(또 바로 그 개 옆을 지나갔지만 그 개는 내내 동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어요.) 온갖 생각이 다 났어요. 나는 태어날 때부터 이기적이어서 배울 게 많다는 걸 알고 있었죠.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런 나를 사랑하셔서 내가 그분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을 때도 나를 사용하고 싶어 하셨어요. 하나님께서는 분명 나의 삶은 물론이고 그 아줌마의 삶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계셨어요.
그해 여름에는 그것 말고도 기적이 많이 일어났어요.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식으로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모습을 보았죠. 맞아요. 나에게는 살면서 배울 게 아직도 많았어요. 그런데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배웠어요. 하나님은 실제로 계시고 내 삶과 다른 사람의 삶에 들어가고 싶어 하신다는 거예요. 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시키시는 일은 무조건 하는 게 가장 좋다는 사실도 배웠어요. 내 말이 믿기지 않으면 내 친구 ‘살인’ 개에게 물어보세요.
메리언 페퍼스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테네시주에 살고 있어요. 가족과 함께 하나님을 위해 봉사하러 전 세계를 다닐 때가 많아요.
보배로운 말씀
“주님은 내가 숨을 곳입니다. 주께서 어려움으로부터 나를 지켜 주시니 내 마음이 구원의 노래로 주님을 찬양합니다.”(시편 32편 7절, 쉬운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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