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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실하게 완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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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월호 2024년 6월호 월드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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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웰 J. 무디는 자신의 저서 『활활 타게 하소서(Fan the Flame)』에서 고대 그리스 올림픽 기간의 경주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른 경주에서는 주자들이 겨루어 1등으로 들어오면 되지만 이 경주에서는 1등으로 들어와도 들고 있는 횃불이 꺼지면 안 된다. 기술이 필요한 경주이다. 조금만 실수해도 횃불이 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횃불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이길 수 있다. 이제 다른 올림픽 에피소드를 살펴보자. 1891년생인 가나구리 시조는 일본 선수 최초로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어 미시마 야히코와 함께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 일본 대표 선수로 참가했다. 흥미롭게도 가나구리는 마라톤 최단 기록이 아닌 최장 기록을 세워서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일본에서 출발해 배와 기차를 타고 18일 뒤 스웨덴에 도착한 가나구리는 완전히 지쳐 버린다. 게다가 여름에는 해가 완전히 지지 않는 스톡홀름의 백야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스웨덴 음식도 맞지 않았다. 또 코치가 결핵에 걸리는 바람에 훈련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데다가 스톡홀름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다 보니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출전 선수가 사망하기도 했다.

어쨌든 가나구리는 대회에 출전하기는 했으나 이상 고열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몸도 좋지 않고 부끄럽기도 한 가나구리는 경주 도중 대회 관계자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경기를 포기하고 일본으로 돌아가 버렸다. 스웨덴에서는 가나구리를 실종 처리했는데 50년 뒤에 가나구리가 일본에서 지리 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기자가 알아냈다. 1967년, 스웨덴은 가나구리에게 스톡홀름에서 마라톤을 완주할 기회를 주었다. 그렇게 가나구리는 54년 8개월 6일 5시간 32분 20.3초 만에 마라톤을 완주했다. “긴 여정이었다. 그 와중에 결혼하여 자식 여섯 명에 손자 10명을 두었으니 말이다.”라고 가나구리는 소회를 밝혔다. 

일등으로 들어와야 하는 경주도 있고 마지막으로 들어와야 하는 경주도 있다. 그냥 완주만 하면 되는 경주도 있다. 우리의 영적 발걸음은 어때야 할까? 승리로 끝날 때까지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주의하여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한눈을 팔면서 목적이나 목표도 없이 살다 보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나님의 백성 즉 마지막 시대를 사는 그분의 백성은 신실하게 살라는 부르심을 받았다. 선대들이 지켜 온 진리의 횃불을 이어받아 불꽃을 간직하고 있는 재림교회의 주자들은 끝까지 충성하라는 부름을 받았다. 세상의 역사가 끝날 때까지 혹은 삶이 끝날 때까지 54년을 넘게 달린다 하더라도 말이다.

분주해야 한다거나 1등을 해야 한다거나 우승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신실하라는 것이다. 막 출발했든 결승선이 코앞에 있든 간에 우리는 불꽃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면서 신실하게 희생하고, 신실하게 순종하고, 신실하게 희망하고, 신실하게 마음을 바치도록 부름 받았다. 그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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