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interview-e] 영양사면허 ‘안식일시험’ 청원 김명원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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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는 예쁘지 않았지만 암은 하나님의 선물이었습니다”
지난 8월 29일, 국회전자청원 사이트 국민동의청원 방에 ‘영양사 면허시험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을 ‘방송통신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영양사 면허시험에 응시하려고 준비 중인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청원에서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다. 작년에도 영양사 면허시험일이 토요일이었다. 만일 토요일이 아닌 평일이나 일요일로의 날짜 변경이 어려운 경우, 토요일 일몰 후 시험을 볼 수 있도록 구제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글을 올린 이는 김명원 집사(삼육부산병원 내 메디칼교회). 그는 현직 이비인후과 전문의다. 그런 그가 ‘영양사 국가시험 일정을 토요일 일몰 후로 변경하게 해 달라’는 청원을 제기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저는 16년 이상 이비인후과 의원을 운영하며 일하던 중 2018년 암에 걸렸습니다. 암을 비롯한 대부분의 질병 치료에 식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에 음식과 영양에 대해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식품영양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영양사 면허증을 취득하려고 보니 시험 날짜가 계속 안식일이었어요”
지난해에도, 올해도 영양사 국가시험이 안식일인 것을 보고 그는 굳이 시험을 안 봐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삼육대에도 식품영양학과가 있잖아? 그러면 그 학생들은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미쳤다. 비록 대다수가 시험에 응할 수 있겠으나 누군가는 ‘시험일이 안식일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눈물로 기도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 역시 의과대학에 다닐 때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힘들었던 적이 있다. 그는 “내가 의대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내 능력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은혜였다. 공부를 잘 해내기 위해서도 나는 하나님을 의지해야만 했다. 하지만 안식일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큰 고민이었다. 안식일을 지키는 날도 있었고, 못 지키는 날도 있었다. 안식일에 있는 수업 강의에 결석하기도 하고, 안식일에는 시험을 치르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2번 유급돼 2년 늦게 의대를 졸업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의대 재학 시절, 안식일이 그에게 무거운 짐이었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남들보다 학교를 2년이나 더 다녀야 했지만, 종종 현실에 타협했던 스스로의 모습에 ‘실패자’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래서였다. “나는 안식일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채 수업을 듣고, 시험을 쳐서 의사가 됐다. 그래도 안식일을 지키고 싶어서 고뇌하고 힘들어했던 지난 시간이 내 신앙을 붙드는데 큰 도움이 됐다”라고 고백하는 그는 “당시 내게 위로를 준 것은 사자굴 속에서도 살아난 다니엘이 아니라 오히려 로마 시대에 신앙을 지키다가 원형경기장에서 사자의 밥이 된, 세상에서는 ‘패배자’처럼 보일 수도 있는 기독교인이었다. 그들은 결국 그리스도로 승리하는 ‘승리자’였고, 나도 그런 승리자가 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암에 걸린 것도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이라고 여기는 그는 “암은 하나님께서 새로운 삶으로 인도하신 섭리로 느낀다”라고 했다. 삼육부산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그다음 해인 2019년부터 여수요양병원에서 진료부장으로 5년간 일했다. 그사이 여수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다. 해외 어느 유명한 곳보다 아름다운 환경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확신했다. 투병을 통해 불처럼 강렬하진 않지만 잔잔하면서도 꾸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십계명에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는 말씀이 있잖아요. 아마 여수에서 5년 동안 일하면서 좋은 환경을 마음껏 누리고, 매끼 건강한 비건식으로 식사를 한 것과 부모님을 진심으로 공경하려고 노력한 것이 건강을 회복하는데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그는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유지하며 사는 것 역시 건강에 필수라고 강조한다. 이후 그 평화로운 삶을 이어가고 싶어 남편과 상의해 여수 근처 장흥군에 터를 잡았다. 비록 병을 얻었지만, 그것을 통해 의사로서 새로운 길을 찾게 됐고, 여수를 알게 하셨고, 장흥에서 시골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때때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축복을 주신다. 그분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적절하게 주신다. 암도 나에게는 예쁘지 않은 포장지처럼 보였지만, 알고 보니 그 속에 하나님이 주시고자 하는 선물이 있었다. 하나님께서 가랑비처럼 은혜와 사랑을 촉촉하게 채워 주셨다. 지금의 내 신앙은 불같이 강렬하진 않지만, 흔들리지 않는 평온함이 있다”라고 말한다.
지금은 친정인 부산에서 친구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90세의 거동이 불편하신 아버지를 돌봐드리고 있다. 김 집사는 “친구 병원에서 일하는 것도 친구가 법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겪고 있는데,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게 됐고, 친구의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됐다”며 친구가 불교 신자이긴 하지만 이렇게 우연처럼 일어나는 일이 모두 하나님의 섭리라는 것을 알릴 수 있길 기도한다고 한다.
보건의료 분야에 게시된 청원이 채택되려면 30일 이내 5만 명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결국 1811명이 참여하는데 그쳐 해당 청원은 종료됐다. 그러나 그는 이번 청원을 통해 안식일을 더욱 잘 지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영양사 국가면허시험을 치르는 많은 사람이 나의 청원에 대해 불편해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어요. 비록 실패는 했지만, 그조차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하나님을 기쁘시게, 세상을 아름답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삶을 살며 내 신앙 역시 더욱 굳건하게 지켜가고 싶어요”
김명원 집사의 사연은 신앙과 삶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인도를 어떻게 깨달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암이라는 고난 속에서도 그는 하나님의 사랑을 더 깊이 느끼며, 그 사랑이 자신의 삶을 인도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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