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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은 아들에 띄우는 눈물 젖은 졸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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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06.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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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간호보건대 졸업한 한준석 장로, 김숙이 집사 부부
둔내교회의 한준석 장로와 김숙이 집사 부부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학업과 봉사활동으로 승화시켰다. 사진기자 김범태
“보고 싶은 아들... 엄마, 아빠 오늘 졸업했다. 모두 네 덕분이야. 너와의 약속도 지킬 수 있게 되어 기뻐. 착한 우리 아들, 앞으로도 응원해 줄 거지?”

지난 15일 삼육간호보건대 학위수여식장에서 만난 한준석(동중한 둔내교회, 54) 장로와 김숙이(동중한 둔내교회, 53) 집사 부부.

지천명의 나이에 늦깎이 대학생이 된 이들의 뇌리에는 만학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졸업하는 기쁨보다, 3년 전 22살의 꽃다운 나이로 이국땅에서 가슴에 묻어야 했던 아들의 모습이 먼저 떠올랐다.

이들은 지난 2003년 3월 영국 뉴볼드대학에서 언어연수를 받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한승원 씨의 부모다. 생전의 한 군은 남달리 선한 성품으로 주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대학에서도 부지런히 일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청년이었다.

청천벽력 같은 아들의 소식을 듣고 사고 수습을 위해 영국으로 날아간 한 장로는 당시 사고차를 운전했던 영국인 학생과 그 부모를 만나 신앙을 호소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해 지켜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부는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황망히 보내야 했던 아들 생각에 한동안 슬픔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이를 지켜보던 처남 김상래 교수(삼육대 신학과)가 대학 진학을 권유하면서 부부의 대학생활은 시작되었다.

한 장로는 “학교를 다녀야겠다는 생각보다 어딘가에 몰두하고 싶은 마음에서 어렵게 결정한 선택이었다”며 “우리 부부가 대학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는지 스스로 의아하게 생각했었다”고 담담히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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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학 진학은 욕심만큼 쉽지 않았다. 특히 김 집사의 경우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정규 교육과정에 도전하는 것이었기에 더욱 망설여졌다.

그녀는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5남매의 동생들을 홀로 뒷바라지하느라 자신의 청춘을 모두 바쳐야했다. 마흔두 살에 어렵사리 중.고등학교 과정 검정고시를 마친 것이 학력의 전부였다.

부부는 입학 이후 서울에 거처를 따로 마련하고 공부할 만큼 열성을 보였다. 황혼의 나이 탓인지 수업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는 기억력 때문에 평소에도 노트를 끼고 살았다. 시험기간을 앞두고는 거의 2-3주 동안 책과 씨름하는 등 열심히 노력했다.

처음에는 어린 학생들 속에서 어떻게 공부할까 막막하기도 하고, 여간 어색하고 쑥스러운 것이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자신감이 붙었다.

그것은 자식뻘 되는 학우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꿈을 채 펼쳐보지도 못하고 먼 길을 떠나버린 아들과의 약속이기도 했다.

결국 부부는 졸업평점이 4.5점 만점에 한 장로가 4.3점을, 김 집사가 4.26점을 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영예로운 학위증을 손에 쥔 ‘부부 장학생’이 되었다. 마지막 학기에는 전체 1, 2위를 차지했을 만큼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들을 지도했던 강용규 교수는 “두 분 모두 신앙적인 모습 뿐 아니라, 학업에서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생활했던 것이 인상에 깊이 남는다”면서 “만학도로서 공부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을 텐데도 학생들을 꼼꼼히 잘 챙겨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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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대학생 부부...아들 잃은 슬픔 봉사활동으로 승화

이들이 보건사회복지과를 지원한 것은 이제부터는 자신들의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사람들과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자신보다 더 큰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웃들이 주변에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김 집사는 대입 면접에서도 “20년은 친정 동생들을 위해, 20년은 가족을 위해 살아왔다. 나머지 20년은 어려운 처지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위해 살고 싶다”는 뜻을 비쳐 면접관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이후 부부는 매주 안식일이면 지방으로 내려가 농촌지역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으며, 학기 중에는 학교 교수진과 학생들을 데리고 무료진료 및 건강세미나, 영정사진 촬영 등의 행사를 펼쳐 도움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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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를 통해 아들을 잃은 깊은 슬픔을 잊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되찾은 부부는 곧 상지대학교에 편입을 앞두고 있다. 어려운 형편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편입학도 같은 복지계열 학과를 선택했다.

이제는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서 또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앞으로 교회와 지역사회복지를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시행하고 싶다”며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고 의욕을 보였다.

부부는 “학생들이 처음에는 학교의 정책에 대해 불평이나 불만이 많은 것 같지만, 침례를 받고 점차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 학교의 사명과 존재이유를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며 “이들이 앞으로도 하나님과 직접 만나는 시간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부부는 학교를 떠나면서 후배들에게 “시간의 귀중함과 중요성을 알고, 각자에게 주어진 조건에서 가능성을 찾아 열심히 공부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며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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