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오페라 무대 주역으로 뛰는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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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0.11.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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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펠레’ 파우스트 역 맡은 테너 박성규
대본과 넘버는 물론 의상과 무대까지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야 했을 만큼 환경은 열악하고 척박했다. 하지만, 학생과 교수 등 제작진은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딘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당시 무대 뒤편에서 수십 명의 연기자와 스태프들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구슬땀을 흘리던 한 새내기 음악학도가 있었다. 그는 ‘지금은 비록 한 대학의 풋내기 학생에 불과하지만 곧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겠다는 꿈과 목표를 몇 번이고 가슴에 되뇌곤 했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10년 뒤, 그는 오페라의 고향 이탈리아에서 세계적 성악가 레오누치와 함께 <리골레토>에서 호흡을 맞춘다. 그리고 프랑스 마르세유 오페라 국제콩쿠르에서 영예의 1위와 특별상인 관객상을 목에 건다.
테너 박성규 이야기다.
삼육대 졸업 후 스승 류재광 교수의 권유로 곧바로 도이(渡伊)한 그는 2003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졸업했다. 이후 이탈리아 루체로 레온카발로 국제콩쿠르 1위, 이탈리아 토리노 비오티 국제콩쿠르 3위 입상을 시작으로 2004년 라보 국제콩쿠르 1위, 리카르도 잔도나이 국제콩쿠르 1위, 2005년 마르세유 오페라 국제콩쿠르 우승 등 유럽 정상의 콩쿠르를 석권하며 한국 음악계를 깜짝 놀라게 한다. 그 자신의 바람대로 세계적인 성악가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이와 동시에 2007년 나폴리 산 카를로극장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시작으로 푸치니 탄생 150주년 갈라콘서트, 2008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베르디극장의 오페라 <투란도트>, 스페인 빌바오극장의 <이리스>, 이탈리아 노우보 죠반니극장의 <일 타볼로>, 리미니 오페라 페스티벌의 오페라 <아이다> 등에 연거푸 출연하며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유럽 무대를 평정하며 실력과 성실함을 겸비한 차세대 ‘오페라 스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박성규가 금의환향했다.
그는 지난달 20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메피스토펠레>의 주역으로 오랜만에 고국 무대를 밟았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악마의 시각에서 바라본 이 작품에서 그는 ‘파우스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박성규는 이 작품에서 ‘메피스토펠레’ 역의 베이스 프란체스코 엘레로 다르테나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연기력과 카리스마로 무대를 압도했다. 평단은 그를 “서정적인 리리코와 강한 스핀토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훨씬 표현의 범위가 넓었고 무척 고급스런 소리를 들려줬다”고 극찬했다.
국내에는 처음으로 소개된 이 작품은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이 “우리나라 오페라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작품”이라고 자신했을 만큼 기획단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연출(다비데 리베르모레)이나 지휘(오타비오 마리노) 등 공연의 주요 스태프들도 유럽 정상의 대가들이 직접 맡았고, 이탈리아의 저명 매체 전문기자가 직접 취재를 나올 만큼 주목받기도 했다.
박성규는 이처럼 비중 있는 작품에서 풍부한 성량과 감정을 살린 연기로 객석을 매료시켰다. 그는 특히 초연작품에서 상례적으로 이루어지는 더블캐스팅 원칙을 깨고, 홀로 모든 공연을 소화했다. 그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가늠되는 대목이다.
재림교인 중 국립오페라단 주연으로 무대에 선 것은 류재광 교수에 이어 그가 두 번째. 삼육대 졸업생으로서는 그가 유일하다.
스승 류재광 교수는 이에 대해 “국립오페라단의 주역은 명실 공히 그 나라를 대표할 만한 기량을 가진 성악가들이 설 수 있는 최고의 무대”라며 “음악인으로서 정상의 무대에 초청되어 빛을 발할 때 하나님의 영광도 그만큼 더 높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류재광 교수는 “이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런 인재가 배출되었다는 것은 삼육대학교뿐 아니라 한국 재림교단의 자랑”이라며 “이들에 대한 교단적 관심과 성원이 더욱 뒷받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성규는 “평소 음악인으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무대에 오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내게 주신 달란트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계속 무대에 오르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많고 배울 게 쌓였다”고 겸손해하며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겠다는 꿈은 지금도 계속 한발 한발 계단을 디디고 올라가듯 나아가고 있는 목표”라고 미소 지었다.
박성규는 이제 곧 이탈리아로 돌아가 3편의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해야 한다. 그중에는 세계 성악가들이 가장 서고 싶어 한다는 아레나극장에서의 공연도 잡혀 있다. 세계 성악계의 판도를 바꾸어 놓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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