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술람미 정기공연 ‘사도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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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0.06.0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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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완벽 소화 ‘연기력’ 라이브코러스 배치 ‘기획력’ 돋아
술람미는 지난 5월 29일과 30일 양일간 삼육대학교 대강당에서 스데반과 도르가, 베드로와 사도 바울 등 초대교회 인물들의 발자취를 그린 뮤지컬 <사도행전>을 무대에 올렸다.
술람미는 이번 공연에서 일개 고등학교 동문 뮤지컬극단의 수준을 넘어 한국 재림교회를 대표하는 문화사역단체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순수 아마추어라 하기에는 믿기 힘들만큼 한층 성숙하고 대담해진 연기와 기획력을 펼쳐보였다.
극은 서기 34년경 도르가의 죽음으로 욥바로 가게 된 베드로가 이상한 꿈을 꾸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 장면은 2막의 초입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이는 극 초반부 관객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상황을 설명하는 오프닝넘버의 역할을 맡는다.
몽환적 분위기의 음악과 현대적으로 채색된 안무는 초반부터 관객들의 흡입도를 높여주기에 충분했다. 이는 극 전체를 타고 흐르는 풍성한 볼거리와 맞물려 객석의 시선을 그대로 무대에 묶어두었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치밀하고 섬세한 구성과 인물 사이의 갈등구조, 상반적인 이미지의 대립은 뮤지컬 <사도행전>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특히 헬라파 과부와 유대파 과부 사이의 다툼을 ‘댄스 베틀’로 형상화한 신은 탁월했다. 스데반의 순교 장면을 다이내믹한 안무와 접목한 점은 이 극단이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로 다가왔다. 극의 종반부, 네로의 압박과 바울의 고백을 음탕하고 경박한 비트의 음률과 메시야의 일부를 차용한 성가로 극적 대비시킨 조합은 눈에 띄는 배치였다.
1막 끝부분, 그동안 전개된 줄거리들을 다시한번 되짚는 스토리구조는 대담한 구성이다. 이 장면에서 ‘사오정’처럼 좀체 말귀를 못 알아먹는 친구 역의 장혜리(15기)는 과장되지 않은 유머스러운 연기로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무대를 누비며 때때로 엉뚱한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그려내는 그의 총명한 연기는 자칫 루즈해질 수 있었던 분위기를 일순 재기발랄하고 활기차게 전환시켜주었다.
이처럼 뮤지컬 <사도행전>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배우들의 기대이상의 열연으로 한동안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온 몸 가득 토해내는 배우들의 열정은 무대 곳곳에 땀방울이 되어 그대로 녹아 내렸다.
베드로 역의 양현주(10기)는 불같은 성격의 갈릴리 어부 출신 베드로를 시종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맛깔스럽게 살려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때론 과장된 리액션으로 관객들의 실소를 짓게 하지만 그 또한 ‘우뢰의 아들’이라 불리는 베드로라는 인물을 연구해 표출해 낸 계산된 연기의 일부임을 감안한다면 그의 노력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사울(사도 바울) 역을 맡은 김진숙(1기)과 스데반 부인 역의 김자연(8기) 등 이제는 관록이 묻어나는 선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극 전체를 안정적으로 받쳐주었다. 특히 바울과 스데반 부인이 만나는 장면은 극적 긴장감을 팽팽하게 높여주었다. 스데반 부인이 전도여행을 떠나는 바울에게 생전의 남편에게 주려 했던 옷을 전하는 장면은 콧등을 시큼하게 한다.
이밖에 육세정(9기), 주은혜(11기), 진한나(11기) 등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조연들의 연기는 주연들의 그것과 어우러져 시너지를 발산해냈다. 이들은 일정한 배역에 고정되지 않고 여러 역할을 상황에 따라 연기해야 하는 부담을 이겨내며 자칫 힘이 약해질 수 있었던 캐릭터를 탄력적으로 변주해냈다.
뮤지컬 <사도행전>은 높은 음악적 완성도에서도 빛을 발했다. 극 전체에 묻어있는 웅장한 스케일의 멜로디와 드라마틱한 선율은 미려한 안무와 빚어져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간간이 강렬한 리듬의 사운드가 눈에 띄지만, 결코 자극적이지 않다. 서옥선, 지성미 등 한국 재림교회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신뢰를 준다.
전체 25곡의 넘버 중 ‘은혜의 항해’는 단연 으뜸이다. 한국인의 정서를 감도는 간결하고 서정적인 멜로디가 양현주(베드로 역), 김진숙(사도 바울 역)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는 이 곡은 반복적인 음률이 코러스와 앙상블을 이루며 듣는 이를 매료시킨다.
또 도르가의 죽음을 애도하며 마을사람들이 부르는 ‘일어나라 도르가’는 ‘누가 이들의 이웃이 되어주고 누가 이들의 위로가 될 것인가 ... 일어나라 도르가들이여 세상 눈물을 보았다면 바늘을 들어라 헤진 상처를 꿰매라’라는 노랫말처럼 오늘날 우리를 향한 하늘의 메시지로 귀에 들어온다.
뮤지컬 <사도행전>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연출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높은 점수를 받을만하다.
특히 2층 객석을 활용한 27인조 라이브코러스 ‘하늘합창’의 배치는 천상의 소리를 형상화했다는 제작진의 의도를 충분히 살리며, 극을 더욱 장중하고 깊이 있게 꾸며주었다. 또 배우들이 객석에 보다 입체적으로 다가설 수 있었던 돌출무대는 컴퍼니와 관객과의 교감을 높이는 훌륭한 장치가 되어주었다.
1막 후 렘넌트와 함께 메인테마곡 ‘사도행전’을 배우는 시간은 극의 흐름을 다소 산만하게 하고, 이입된 감정을 깨뜨릴지 모른다는 위험부담도 있었지만, 오히려 2막이 열린 후 2000여 명의 관객과 합창하며 그 어떤 뮤지컬에서도 연출할 수 없는 폭발적 에너지를 발산했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움도 남는다. 오순절 성령의 경험부터 바울의 순교까지 방대한 내용을 압축적으로 각색하다 보니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가 있었을까. 세련된 스토리구조에 비해 시간에 쫓기듯 갑작스럽게 끝내는 클라이맥스는 약간 당혹스럽다.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암전은 이번에도 자주 반복되었다. 뮤직넘버 18번 ‘누군가는 가야지’ 중 ‘그게 누굴까 누굴까 누굴까 누군가는 가야하는데’의 장면처럼 빠르게 무대를 전환하는 창의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들어야 할 만큼 불친절한 일부 배우들의 딕션도 거슬렸다.
그러나 이런 ‘옥에 티’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사도행전>은 여러 가지 면에서 감동과 의미를 남겼다. 신(新) 사도행전의 역사를 우리의 손과 발로 써내려가야 하며, 마지막 시대 선교역사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강렬한 사명의식은 불꽃처럼 무대 위로 타올랐다.
죽기까지 순종한 바울과 스데반의 고백이 오늘 우리의 간증과 다짐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이 작품이 단순한 한 편의 뮤지컬 공연이 아니라, 온 몸으로 대언하는 설교이자 웅변임을 역설적으로 투영했다.
막이 내려지고, 객석에 불이 켜지고도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을 만큼 깊은 여운을 남긴 이 작품은 집으로 되돌아가는 관객들의 가슴에 마지막 울림을 던진다.
‘당신은 사도행전 29장을 쓸 준비가 되셨나요?’
술람미 뮤지컬 <사도행전> 공연사역일정
7월 10일(토) 제주지역 연합 장막부흥회
8월 10일(화) 영남합회 장막부흥회
10월 2일(토) 원주삼육중.고등학교(오전) / 영동남부지역 초청공연(오후)
10월 23일(토) 서해삼육중.고등학교
11월 13일(토) 인천지역 연합 초청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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