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쁨의 ‘이 한 권의 책’(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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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쁨 명예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09.12.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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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학원 이사장 추상욱 장로 편 ... ‘페스탈로치의 생애와 사상’
오늘 <이 한 권의 책> 주인공은 우리 교육계에서 ‘살아 있는 페스탈로치’라는 평가를 받으며 일평생을 소외된 이웃과 청소년선도를 위해 헌신해 온 청암학원 이사장 추상욱 장로를 초대손님으로 모셨다.
그가 추천한 책은 김정환 교수가 쓴 ‘페스탈로치의 생애와 사상’. 어쩌면 일평생을 교육자로 살아온 추상욱 이사장의 생애와도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인터뷰는 추 이사장의 교육철학과 비전, 그리고 그의 삶에 투영된 하나님의 사랑과 섭리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추상욱 이사장과의 대화를 정리했다.
▲먼저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청소년 여러분에게 인사의 말씀을 전해주세요.
- 사랑하는 청소년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게 되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제 2009년 한 해를 보내고, 대망의 2010년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12월은 사랑과 감사 그리고 축복이 함께하는 계절입니다.
반면에 깊은 반성과 새로운 각오와 결심을 다짐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꿈과 행복을 만들어가는 건강한 청소년들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 저희들에게 추천해 주신 책이 <페스탈로치의 생애와 사상>이라는 책인데요. 이 책은 ‘인류의 영원한 스승’이라는 페스탈로치의 삶을 밀도 있게 조명한 책입니다. 이사장님께서는 이 책을 처음에 어떻게 접하게 되셨나요?
- 지금부터 35년 전, 1974년 여름방학에 청계천 서점가를 찾게 되었습니다. 우리 청암중.고등학교의 전신인 청암고등공민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의 교재를 구입하러 다니다가 단골 서점 주인이 어려운 학생들을 가르치는 젊은 교장을 격려하는 뜻에서 저에게 선물로 신간 서적 한 권을 주면서 꼭 읽어 보라고해서 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이사장님의 인생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씀을 들었습니다. 어쩌면 교육자로서 평생을 바친 이사장님의 삶이 페스탈로치의 인생과도 맥이 닿아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런 면에서 오늘 저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 것 같은데요?
- 페스탈로치는 1746년 1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할아버지는 목사였고, 아버지는 의사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9세 되던 해에 부친이 별세하게 됩니다. 그는 사회의 약자인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실천하는 따뜻한 가정에서 성장했습니다.
할아버지는 항상 가난한 교우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고 생애를 살았고, 별세한 의사인 아버지도 가난한 환자는 무료로 진료를 해주었습니다. 어머니 역시 고아원에 음식과 옷을 보내 주는 일을 즐겨했습니다.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페스탈로치는 사랑하는 아내의 헌신적인 협력으로 ‘노이호프’라는 농민학교를 설립하여 농민 자제들의 교육에 힘을 쏟습니다. 그러나 아내의 헌신적인 협력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의 사람들은 그의 뜻을 알아주지 못하고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조그만 교회의 목사였던 루터처럼 저술활동에 매진하게 됩니다. 페스탈로치는 당시 사회의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육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교육을 통해 농민 스스로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스위스 정부의 요청으로, 고아들을 돌보는 책임자가 됩니다.
그리고는 또다시 학교를 설립하여 자신의 교육관을 실천합니다. 이렇듯, 페스탈로치는 많은 실패와 주변사람들이 자신의 뜻을 알아주지 않는 가운데서도, 신념을 저버리지 않고, 자신이 아닌 주변의 사람들을 위해 일생을 바칩니다.
특히 ‘교육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는 소외당하고 그늘진 이들에게 사랑과 희망의 등불이 되어준 분이기에 오늘 여러분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또한 우리 재림청년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주변의 시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닌, 재림청년으로써 자주적인 생각을 가지면 좋겠다는 뜻에서 이 책을 추천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언제나 교사로서의 뜻을 굽히지 않고, 교육이라는 외길을 걷기 위해 온갖 역경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페스탈로치의 생애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사장님께서는 이 책을 통해 어떠한 교훈을 얻으셨나요?
- 이분이 인류에게, 특히 저에게 깊은 감동을 준 교훈을 말씀드린다면, 그는 과연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 그분의 생애를 후대에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81세를 일기로 삶을 마친 그의 묘비에는 ’모든 것이 남을 위해서였으며, 스스로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고 쓰여 있다고 합니다. 그의 생애는 남을 위해 헌신하였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교육자는 말로 하지 않고 행동과 실천으로 한다고 봅니다.
페스탈로치의 노년에 있었던 실화를 소개해 드립니다. 독일의 한 빈민학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한번은 운동장에서 어린아이들이 맨발로 즐겁게 뛰어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노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주머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불룩해져 있었습니다. 아까부터 주머니에 자꾸만 무엇인가 집어넣고 있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검문을 했습니다.
“지금 무엇을 줍고 있었는지 보여줄 수 있을까요?
노인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별일 아니에요”
더욱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계속해서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노인은 하는 수 없어서 주머니 속에 가득한 유리조각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신발을 신고 있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이 모두다 맨발인데, 다칠까 염려가 되어 유리조각을 주웠습니다”
이 노인이 바로 페스탈로치입니다. 저는 이 분의 이러한 생애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페스탈로치의 생애와 사상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평생을 페스탈로치 연구에 힘써온 김정환 교수의 집중적인 연구와 해석이 집대성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끕니다.
또 책의 곳곳에 전문적인 교육이론과 철학적 배경 등이 첨가되어 있어서, 아직 어린 학생들이 읽기엔 조금 어려운 면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그런 점에서 저희들이 이 책을 접할 때 어떤 점에 주의를 기울이고 읽으면 더 좋을까요?
- 페스탈로치 연구에 관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인물은 이 책의 저자인 김정환 교수입니다. 1970년 페스탈로치 연구로 고려대학교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1974년 3월에는 ‘페스탈로치의 생애와 사상’을 펴냅니다.
5년 후 1979년 고려대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에서 저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교육행정과 논문지도를 해 주셨고, 한 학기동안 페스탈로치의 교육사상을 직접 가르침 받았습니다. 1995년 은퇴하시고 명예교수로 저와는 사제지간의 인연이 있습니다.
그분께서 이런 말씀을 주신 적이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학문과 진리를 너무 쉽게 얻으려한다. 보리밥이나 현미밥을 그냥 씹지 않고 넘긴다면 그냥 그대로 배설되고 만다. 진정으로 학문과 진리를 얻고자 할 때는 자양분이 나올 때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끈기 있게 침샘에서 나오는 침과 함께 씹어야 피가 되고, 살이 되며 그리고 뼈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전문적인 교육이론과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는 신인문주의의 철학적 배경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이런 용어들보다는 페스탈로치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데 초점을 두고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용기와 실패를 했을 때 다시 일어서는 그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을 때, 자신이 직접 어려움과 시련에 처한 페스탈로치가 되어 보기도 하고,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페스탈로치가 되어 보기도하고, 헌신적으로 협조하는 안나가 되어보는 것도 글을 읽는데 꽤 재미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직접 페스탈로치가 되어 그의 삶을 체험할 때, 비로소 살과 뼈가 되는 영양분이 되는 것이지요.
▲저는 페스탈로치의 교육이론 중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와 학생간의 신뢰관계이다’라는 말에 많은 공감이 됐습니다. 제가 아직은 어리지만,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교육의 첫 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런 면에서, 이 방송을 보시고 계신 교사와 학생들에게도 전해주실 말씀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 ‘선생은 많으나 스승은 적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에서 사장 중요한 것이 교사와 학생간의 신뢰관계입니다. 위대한 스승,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교육의 목적이자 교육의 방법이 되어야 합니다. 교육자와 피교육자(교사와 학생)의 만남은 신뢰를 바탕으로 인격적인 만남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눈높이교육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지요?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협력하여 선을 이루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사와 학생은 소통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제자를 향한 사랑, 믿음, 배려가 스승존경과 제자사랑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다루어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시키는 심정으로 교사가 제자의 생명을 다룬다는 심정으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꼴 지어 가도록 끈기와 인내로 인성교육에 최선을 다해야 제자사랑과 스승존경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책의 곳곳에 페스탈로치가 가정환경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많이 강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자녀교육에 대해 일부 언급을 하고 있는데요. 이 방송은 비단 청소년뿐 아니라, 많은 어른들도 보시거든요. 그런 면에서 교회의 원로로서 저희 시청자들에게 우리의 가정, 특히 재림교인 가정은 어떠한 모습을 가져야 할지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 중요한 질문입니다. 가정교육은 모든 교육의 기초입니다. 올바른 인격형성으로 사회생활의 기초를 만드는 곳이 곧 가정입니다. 현대인의 가정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많은 가정들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부모의 생활이 흔들리거나 붕괴됨의 결과입니다. 자녀에게 감동을 주는 생활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도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자녀들이 보아야 합니다. 말씀을 읽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생애를 삶의 모본으로 삼는 부모님의 모습이 자녀들의 거울이 되어야 합니다. 효를 실천하는 가정교육이 자녀에게 감동을 주는 산교육이 될 것입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가정의 꽃은 화목이며, 행복은 그 열매입니다.
페스탈로치의 명언 중에 ‘고난의 눈물이 나를 높은 예지로 이끌어 올렸다. 보석과 즐거움은 이것을 이루어주지 못했을 것이다’ ‘가정은 도덕상의 학교다. 가정에서 인성교육은 중요하다’ ‘가정의 단란함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기쁨이다’ ‘자녀를 보는 즐거움은 사랑의 가장 거룩한 즐거움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정의 변화는 부모에게 달려있습니다. 세상이 점점 악해진다고 합니다. 그것은 가정의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페스탈로치는 독실한 그리스도인이었던 어머니에게서 많은 감화를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교육은 바로 가정교육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는 부모로서 하늘의 천국을 맛볼 기회를 가정을 통해 맛보게 해야 합니다. 가정은 작은 천국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아버지가 변화되어야 하고, 어머니의 올바른 신앙으로 아이들을 교육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재림가정은 안으로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열심을 다하고, 성경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부모가 살 때, 아이들도 그들의 부모처럼 부모의 말에 순종하며, 어른을 공경하고 성경을 우리의 삶의 나침반으로 여겨 흔들림 없는 삶을 살 것입니다.
▲페스탈로치가 빈민학교를 창설했듯, 이사장님께서도 40여 년 전 천막학교로 교육사업을 시작하셨는데요. 언젠가 한 집회에서 ‘가난에 찌든 학생들에게 하나님의 형상을 되찾아 주는 것이 내 인생의 사명’이라고 하신 말씀을 감명 깊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말씀에 이사장님의 교육철학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됩니다. 청암학원의 설립자로서 이사장님께서는 평소 어떤 경영철학과 지론을 갖고 이 학원을 운영하고 계십니까?
- 예수님께서 인류를 구원하시려고 가장 낮은 곳 베들레헴 에브리다 마구간 말구유에서 탄생하셨습니다. 44년전 청암학원도 중계리 가난한 농가의 마구간을 빌려 10여명의 청소년을 데리고 학교를 시작했습니다.
그사이 많은 것이 변했고, 또한 많은 것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제 중심에 계신 하나님입니다. 그분이 주신 제 삶의 사명일 것입니다.
페스탈로치는 교육으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그렇게 실천했습니다. 저도 그처럼 교육으로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가난에 찌들어 그들의 얼굴에서 볼 수 없게 된 하나님의 형상을 되찾아 주는 것이 내 인생의 사명입니다.
저의 경영철학은 단순합니다. ‘성경을 나침반으로, 예수님을 선장으로’ 하여 나아갈 길이 정해져 있습니다. 자꾸 한눈팔면 안됩니다. 비록 육신은 늙어가지만, 정신은 비전과 도전 그리고 열정과 사명감으로 여전히 청춘이라고 생각하며 오직 한곳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세우신 학교경영은 하나님의 사람이, 하나님의 일을, 하나님의 방법대로 경영할 때 반드시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육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서울북부지방검찰청 범죄예방협의회 위원장을 역임해 오신 이사장님께서는 대학 박사학위 논문도 ‘한국 보호관찰행정의 제도적 개선방안 연구’라는 주제로 집필하실 만큼 청소년 범죄자들의 사회복귀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신데, 청소년 교육에 대한 열정은 어떤 계기에서 비롯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저는 불우한 환경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가난 때문에 결손가정의 청소년들이 거리를 방황하고 악의 늪에 깊이 빠져가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비행청소년, 가출청소년들도 하나님의 소중한 자녀이자 내 나라, 내 민족의 자녀인 것입니다. 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지 못하면 이들의 장래와 이들과 함께 또 다른 선량한 청소년들이 피해를 입고, 더 큰 범법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얼마나 가정환경이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 또래의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똑똑히 보았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 청소년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마음을 갖게 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청소년들은 미래의 꿈나무입니다. 그런 청소년들이 한 순간의 실수로 되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무거운 죄의 짐을 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이 단지 그들에게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그들을 따뜻하게 안지 못하는 ‘나’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죄를 범하기 전에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그렇게 하기 위해 애쓰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렇게 다가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저는 범죄예방활동을 하면서 죄의 속성이 그러하듯, 한번 죄에 빠지면 재범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마음이 여린 그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갈 때 그들의 마음이 풀어지고, 그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줄 때 그들의 삶이 변화되는 것을 또한 볼 수 있었습니다.
저의 청년시절, 어찌 보면 위험에 처해 있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시작한 것이 이젠 저의 사명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교육사업을 진행해 오시면서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줄로 생각됩니다. 특히 1989년 ‘학교부지 수용령 사건’은 지금도 많은 분들에게 ‘기도로 산을 옮긴 일화’로 회자되고 있는데요.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당시 사건과 함께 하나님의 역사하시는 손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 1989년 초의 일입니다. 상계동 일대를 대대적인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학교를 평당 13만원에 수용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저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청, 구청, 교육청, 주택공사, 건설부까지 관계부처 이곳저곳을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말은 은 ‘안 된다’는 말 뿐이었습니다. 일일이 개별 사정을 감안할 수 없다. ‘주택난 해소가 더 시급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잊고 지냈던 포상에 관한 내용으로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비행청소년교육에 이바지한 공로로 저를 꼭 포상하고 싶다는 내용을 당시 서울지방검찰청의 김두희 지검장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상이 문제가 이날, 학교가 없어질 판국에 상에 관해서는 잊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전화가 온 것입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태우 대통령이 상을 수여하고 영부인인 김옥숙 여사와 점심식사를 함께한다는 내용으로 오전 7시까지 아무도 모르게 청와대로 오라는 것입니다. 여러 번의 리허설과 대통령의 질문과 답할 내용을 미리 비서관들이 종이에 적어주었습니다. 모든 것은 계획된 대로 답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저에게 예정된 대로 “추 교장선생님, 그간의 활동을 보고 받았는데 애로가 많으셨군요”라고 질문했습니다. 각본에 따라 준비된 모범답안은 “애로는 많았지만 다 주변의 보살핌과 국가도움으로 극복해 낼 수 있었습니다” 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준비된 답안대신, 우리 학교 사정을 이야기 했습니다. “지금까지 겪은 애로는 아무것도 아니고 또 그 애로가 허사가 될 지경입니다. 올해 안에 학교 문을 닫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대통령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자리를 함께 했던 비서관과 모든 수상자들도 조용하여 이상한 감운 마저 감돌았습니다. 저는 원래 제가 이렇게 말하면 대통령이 “왜, 학교 문을 닫아요? 이유가 뭡니까?”라고 물으면 사정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대통령이 침묵으로 일관하니 아주 낭패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때, 제게 구원투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도선사 주지를 맡고 있는 박현성 스님이었습니다. 저는 단지 몇 번 만나 뵌 적 밖에 없는데 그는 저와 우리 학교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요목조목 대통령께 말씀드리는 것이었습니다. 내심 기뻤지만, 그래도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그때 갑자기, 대통령 옆에서 두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듣고 있던 영부인이 대통령의 옆구리를 쿡 찌르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대통령은 제게 “학교 위치가 어디입니까?”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저는 “중계동에 있습니다. 대통령의 모교인 육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라고 대답하며 한 번 더 학교의 상황을 말씀드렸습니다.
대통령은 곧 “비서관에게 추 교장선생님의 학교문제를 파악하게 해서 보고를 받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습니다.
만찬이 끝나고 나오는데 비서관과 함께 수상자들, 그리고 박현성 스님이 내게 와 위로해 주었고, 어느 한 비서관은 “대통령께서 저렇게 말씀하셨는데, 문제가 잘 해결될 것입니다. 걱정 마시고 기다려 보십시오. 좋은 소식이 갈 것입니다”라고 축하한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8월 초, 주택공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건설부 방침이 변경돼 학교부지에 지을 아파트 한 동을 짓지 않기로 설계변경을 했으니 대신 1평당 150만원씩, 2500평의 땅값을 지불하는 통보였습니다. 13만원에 강제 수용해 놓고, 대지조성비 원가인 150만원에 매입하라고 생색을 내니 기쁨도 잠시 한숨만 나왔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의 은혜로 학교를 유지하고, 교육을 계속 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줄 모릅니다.
정말 감당할 수 있는 시험만 주신다는 하나님, 제게 이 큰 시험을 감당하고 이겨낼 수 있도록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감사 드릴뿐입니다. 우리 재림청년들도 큰 시련이 올수록 더 하나님께 매달리고, 기도와 간구로 모든 것을 이겨내길 바랍니다.
▲교육자는 보람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청암학원은 개교 이후 지금까지 가난하고 탈선한 비행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준 학교로 교육계에서 귀감이 되어 왔습니다. 이사장님께서는 교육사업을 진행해 오시면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 청소년은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교사는 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으로 생애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관심과 애정으로 그들의 슬픔과 고통을 가슴으로 끌어안고 가르친 제자들은 먼 훗날에 국가와 사회의 밑거름이 되어 각 분야에서 눈부시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개인의 구주로 받아들이고 굳센 믿음으로 설정하여 목사, 교사(교수), 장로, 집사로 교회를 섬기는 모습을 볼 때, 보람과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 이사장님과 말씀을 나누다보니 조화로운 인간교육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새삼 느껴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거나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 주세요.
- 첫째는 인류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이 땅에 오신 예수님처럼 슬픔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웃과 함께하는 작은 예수가 되어 주었으면 합니다.
둘째는 페스탈로치의 생애와 교훈에서 보았듯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혹 실패를 했을지라도 다시 일어나는 우리 청소년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하나님의 자녀들이 하나님의 일을 행할 때, 하나님의 방법으로 실천한다면 반드시 주님의 뜻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3월 시작된 ‘권기쁨의 이 한 권의 책’은 이 시간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 한 권의 책’을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과 진행자 권기쁨 양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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